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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추천] 이어즈 앤 이어즈 (Years and Years) : 미래에 인간은 어떻게 될까?

서찐이 2021. 9. 3. 15:51
이어즈 앤 이어즈 (Years and Years)
BBC HBO 공동 제작 , 국내 왓챠 배급 , 2020년 3월 13일 공개
감독 : 사이먼 셀란 존스
각본 : 러셀 T. 데이비스
주연 : 로리 키니어, 엠마 톰슨, 러셀 토비, 제시카 하인즈, 앤 레이드 등

 

※ 본 포스팅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BBC 와 HBO 가 공동제작한 <이어즈 앤 이어즈 Years and Years> 는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의 근미래를 다루는 블랙코미디이다. 작년 5-6월에 걸쳐 방영되었고 국내에서는 왓챠 잇스클루시브 WATCHA EXCLUSIVE 를 통해 20년 3월에 공개 됐다. 당시만해도 거대 자본공룡 같은 넷플릭스와는 다르게 왓챠가 나름 자기들만의 독특한 마이너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이어즈 앤 이어즈> 역시 그 감성이 어울리는 작품이다. (요새는 살짝 의문이 들긴 하지만 ^^;)

 

기본적인 스토리는 "브렉시트 후의 영국, 기업가 출신 정치인 비비언 룩이 인기몰이를 하는 가운데 한 가족이 미래를 겪어나가는 모습" 으로 미래의 모습을 충격적이지만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첫 에피소드는 괴짜 정치인 비비언 룩이 TV 토론에서 막말을 내뱉으면서 시작한다. 몰상식하고 괴짜 정치인의 등장이 단순히 인터넷의 밈으로 소비되는 상식의 세상에 살고있는 평범한 영국의 라이언 가족은 이때까지만 해도 비비언 룩을 비웃고 나아가 장난처럼 지지하기도 한다. (장난스러운 지지가 시간이 지날 수록 각자의 사정에 따라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 

모여서 그룹 통화를 하면서 괴짜 정치인 비비언 룩의 막말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라이언 가(家) 형제 자매들의 대화는 이들 각자가 어떤 계층과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시작이다.

 

같은 피(!)가 아니면 절대 함께할 수 없는(함께할 리 없는 ㅋㅋ?)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서 동일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의 입장을 비난하지 않기 때문에 (그게 무슨 소리야! 라고 타박하더라도 그들은 가족이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한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가치판단 없이 미래를 마주하는 여러 입장을 목도할 수 있다.

 

<이어즈 앤 이어즈> 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간을 다루면서도 '가족의 이야기'라는 중심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현실적으로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또한, 각 가족들의 입장과 계층을 다르게 설정해 같은 문제여도 어떻게 다른 시각을 가지고 어떻게 다른 결과가 나오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어즈 앤 이어즈> 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2019년 부터 2034년까지의 15년을 다루고 있는데 정치, 경제, 사회 문제를 거시적 담론에서 그치지 않고 해당 문제들이 직접적으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정말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years and years) 다양한 사건들이 한 가족을 어떻게 관통해나가는지 알 수 있다.  

 

 

https://youtu.be/tXFPDPBUDsw

 

뿐만 아니라 라이언 가(家) 가 세대 별로 기술의 발전을 겪는 방식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그리고 더 심화될 기술 발전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지점을 던진다. 특히 '배서니' 는 유한한 육체를 견디지 못하고 무한한 '데이터' 의 '트랜스 휴먼'으로 존재하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그녀에게는 기술의 발전이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실제로 눈에 카메라를 설치해 모든 시각적 정보를 데이터화하기 위해 시술을 시도한 배서니의 친구는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불법 수술로 눈을 잃고 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배서니는 뇌와 몸에 칩을 심어 점차 '트랜스 휴먼' 이 되어 간다.

반면에 기술의 발전으로 배서니의 엄마 '셀레스트' 는 직업을 잃는다. 회계사였던 그녀는 AI 에게 대체되고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고만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기술의 발전은 그녀 존재 가치를 지우는 일이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엄마는 무용 계급이 되고 딸은 정체성을 획득해나가는 과정이 참으로 역설적이다.

 

 

 

<이어즈 앤 이어즈> 가 그리고 있는 기술 발전에 따른 근미래의 모습을 보면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석학들의 인터뷰를 엮은 <초예측> 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특히, 기술 (주요하게는 AI) 분야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 노동력이 대체되는 미래 경제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무용 계급' 이 출현하리라 예측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과거에도 인간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었을 때, 새로운 직종이 출현했던 것처럼 새로운 직업이 출현하리라는 예측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pp.42-3) 결국 모든 과학 기술이 양날의 검임을 다시 한 번 확인받고 있는 셈이다. 마치, '셀레스트' 와 '배서니' 의 상황처럼.

또한, 닉 보스트롬 역시도 특정 과학 기술의 혜택과 폐해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기 때문에 개발 여부 자체보다 개발의 속도와 타이밍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고 중요하다고 말한다. (p.104) <이어즈 앤 이어즈> 에서도 잘 표현하고 있듯이 기술에 퇴보란 없다. (이전에는 불치병이었던 병에 걸린 '뮤리엘' 은 줄기세포 수술을 통해 완치한다.) 결국 기술 개발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에 그에 맞는 대응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처음에는 3차 대전의 시작처럼 보였던 '핵폭탄 투하사건' 으로 <이어즈 앤 이어즈> 가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에피소드를 거듭할 수록 지금도 우리가 방관하고 있을 뿐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더욱 가감없이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경제 공황으로 인한 은행의 도산 / 난민 문제 / 자유의 몰락 / 이상 기후 등 우리가 아직 실감하지 못할 뿐 조금만 고개를 돌린다면 바로 내 옆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그렇기에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이 모든 잘못된 일들은 다 너희 탓이라고 말하는 '뮤리얼' 의 대사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라이언 가(家) 처럼 종국에는 책임을 깨닫고 바로잡기 위해 행동하게 될 것인가? 지금 당장 행동하라(!) 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은 <이어즈 앤 이어즈>.

 

 

" Every single thing that has gone wrong , it's your fault.

This is the world we built. Congratulations! Cheers all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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